선사 시대 낚시와 최초의 배: 인류, 강과 바다로 나아가다

매머드가 사라지고 숲이 우거진 중석기 시대, 육지 사냥은 점점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배고픈 인류가 시선을 돌린 곳은 바로 ‘물’이었습니다.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다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단백질이 풍부한 물고기와 조개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원시인이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면, 뾰족한 막대기로 물을 내려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실제 선사 시대 낚시 기술은 현대 낚시꾼들이 놀랄 만큼 과학적이고 정교했습니다.

오늘은 숲을 벗어나 푸른 물결 위로 도전장을 내민 인류의 해양 진출기, 그 역동적인 현장으로 떠나보겠습니다.

1. 육식 동물에서 ‘물고기 사냥꾼’으로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이 시기(중석기~신석기 초기)의 지층을 파보면 엄청난 양의 조개껍데기 무덤, 즉 ‘패총(Shell Mound)’이 발견됩니다. 덴마크의 에르테볼레(Ertebølle) 문화나 한국의 부산 동삼동 패총이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인류의 식단에 혁명이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 안정성: 사냥은 허탕 칠 확률이 높지만, 조개 캐기나 통발 낚시는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 두뇌 발달: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과 DHA는 인류의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 하이테크 낚시 도구의 등장

물고기는 물속에 있고 사람은 물 밖에 있습니다. 이 경계를 넘기 위해 인류는 기발한 도구들을 발명했습니다.

① 낚싯바늘 (Fishhook)

가장 놀라운 발명품은 낚싯바늘입니다. 동티모르의 제리말라이 동굴에서는 무려 4만 2천 년 전의 조개로 만든 낚싯바늘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널리 쓰인 것은 중석기 시대부터입니다. 뼈나 뿔을 갈아 만든 이음식 낚싯바늘(결합식 낚시)은 미늘(Barb)까지 달려 있어, 한번 문 물고기가 절대 빠져나갈 수 없게 설계되었습니다.

② 작살 (Harpoon)

단순한 창이 아닙니다. 작살 끝에 톱니 모양의 뼈를 달고, 이를 밧줄로 연결했습니다. 작살을 맞은 물고기가 도망치면 뼈 부분이 몸에서 분리되어 밧줄에 매달리게 되는 ‘분리형 작살’ 기술입니다. 이는 고래나 물개 같은 대형 해양 동물을 잡는 데 필수적이었습니다.

3. 인류 최초의 배: 페세 카누 (Pesse Canoe)

물가에서만 낚시를 하던 인류는 곧 “저 물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 혹은 “더 깊은 곳에 큰 물고기가 있다”는 욕망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물 위를 떠다니는 도구, ‘배’를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배는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페세 카누(Pesse canoe)’입니다.

  • 제작 시기: 약 1만 년 전 (기원전 8000년경)
  • 형태: 거대한 소나무 통나무의 속을 파내어 만든 ‘독목주(Dugout canoe)’

제작 방식은 매우 영리했습니다. 돌도끼(자귀)로 단단한 나무 속을 파내는 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무 위에 불을 피워 속을 태운 뒤, 탄 부분만 긁어내는 방식으로 힘을 덜 들이고 배를 만들었습니다. 이 배는 인류가 육지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선사 시대의 우주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4. 바다를 건너다: 대항해의 시작

배의 발명은 인류의 이동 경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베링 육교’는 걸어서 건넌 길이지만, 호주나 태평양의 섬들은 배 없이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입니다.

  • 호주 이주: 약 5만 년 전 인류가 호주에 도착했다는 것은, 페세 카누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대나무 뗏목 같은 원시적인 배가 존재했음을 시사합니다.
  • 지중해 무역: 중석기 시대 지중해의 섬(키프로스 등)에서는 육지에서만 나는 흑요석이 발견됩니다. 이는 인류가 배를 타고 섬과 육지를 오가며 물건을 교환하는 ‘무역’을 시작했음을 증명합니다.

5. 그물, 대량 포획의 시작

낚시가 개인전이라면, 그물(Net은 단체전입니다. 핀란드의 안트레아(Antrea) 유적에서는 약 1만 년 전의 버드나무 껍질로 만든 그물 조각과 돌로 만든 그물추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물성 섬유를 꼬아 끈을 만드는 기술(직조의 기초)과, 그물을 엮는 매듭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떼로 잡게 되면서, 인류는 먹고 남는 식량을 저장하거나 훈제하여 보관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는 잉여 생산물의 개념을 싹틔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6. 결론: 정착을 향한 마지막 퍼즐

선사 시대 낚시 기술의 발달과 배의 발명으로 인류는 식량 걱정을 덜고, 이동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강가와 바닷가는 살기 좋은 명당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들어 더 크고 복잡한 사회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수렵과 채집, 그리고 어로(漁撈) 활동으로 풍요를 누리던 인류. 하지만 기후는 다시 한번 요동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점이 다가옵니다. 이제 인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거대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인류 역사의 2막, [섹션 5: 신석기 혁명]이 시작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수렵채집을 포기하고 ‘농업’이라는 고단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류의 사정, ‘신석기 혁명’의 서막을 열어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더 읽어보기]

이 포스팅은 고고학적 유물과 해양 인류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Drents Museum – The Pesse Canoe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인 페세 카누를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드렌츠 박물관의 공식 소개 페이지입니다.
  2. National Geographic – Oldest Fish Hooks Found
    • 동티모르에서 발견된 4만 2천 년 전의 가장 오래된 낚싯바늘과 원양 낚시의 증거를 다룬 기사입니다.
  3. World History Encyclopedia – Mesolithic Period
    • 중석기 시대의 정의와 생활상, 특히 어로 활동과 도구의 발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전 글 보기] 26. 나투프 문화, 인류학의 미스터리: 농사짓기 전부터 정착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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