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류 논란,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우리의 조상일까?

약 700만 년 전, 지금의 사하라 사막은 황량한 모래 언덕이 아닌 울창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곳이었습니다. 바로 이곳, 중앙아프리카 차드(Chad)의 쥬라브 사막에서 2001년, 인류사를 뒤흔들 엄청난 발견이 이루어집니다.

프랑스의 고인류학자 미셸 브뤼네(Michel Brunet) 연구팀이 발견한 두개골 화석 하나가 전 세계 학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입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라는 학명이 붙은 이 화석은 발견되자마자 하나의 거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이것은 유인원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최초의 인류인가?”

오늘은 인류 진화의 시작점, 그 안개 속에 있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1. 투마이(Toumaï), 삶의 희망을 찾다

이 화석에는 ‘투마이(Toumaï)‘라는 아름다운 별명이 붙었습니다. 차드 현지어로 ‘삶의 희망’이라는 뜻입니다. 보통 건기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붙여주는 이름이라고 하죠. 700만 년이라는 영겁의 시간을 건너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존재에게 인류 기원을 밝혀줄 ‘희망’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투마이가 발견되기 전까지, 학계는 인류의 기원을 약 300~4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정도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원지는 동아프리카의 대지구대(Great Rift Valley)라고 굳게 믿고 있었죠. 하지만 투마이는 동쪽이 아닌 중앙아프리카에서, 그것도 무려 7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인류의 역사를 단숨에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사건이었습니다.

2. 왜 ‘최초의 인류’ 후보로 거론되는가?

투마이는 겉보기에는 침팬지와 매우 흡사합니다. 뇌 용량은 약 320~380cc로, 현대 침팬지와 비슷하며 인간(약 1350cc)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이 그를 유인원이 아닌 최초의 인류 계보에 올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정적인 증거는 두 가지입니다.

① 대후두공의 위치와 직립보행

두개골 밑바닥에는 척추와 연결되는 큰 구멍이 있는데, 이를 **’대후두공(Foramen Magnum)’**이라고 합니다.

  • 4족 보행 동물(개, 침팬지): 대후두공이 두개골의 뒤쪽에 있습니다. 네 발로 기어 다닐 때 앞을 보기 편한 구조입니다.
  • 직립 보행 동물(인간): 대후두공이 두개골의 **중앙(아래쪽)**에 있습니다. 머리를 척추 위에 똑바로 얹고 서 있기 위함입니다.

놀랍게도 사헬란트로푸스의 대후두공은 침팬지보다 훨씬 앞쪽, 즉 인간과 유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하진 않더라도 두 발로 서서 걸었을 가능성(이족보행)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직립보행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첫 번째 조건입니다.

② 작아진 송곳니

영장류 사회에서 수컷의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는 무기이자 과시용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조상으로 올수록 송곳니는 작아지고 무뎌집니다. 투마이의 송곳니는 침팬지보다 훨씬 작았고, 위아래 송곳니가 맞물려 갈리는 흔적(C/P3 honing complex)도 없었습니다. 이는 공격성이 줄어들고 사회적 관계가 변화했음을 의미하며, 인류 진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3. 끊이지 않는 논란: 그들은 정말 걸었을까?

하지만 사헬란트로푸스를 최초의 인류로 확정 짓기에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두개골 외에 팔다리 뼈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대퇴골(허벅지 뼈)에 대한 분석 결과가 2020년과 2022년에 연이어 발표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대퇴골의 형태가 이족보행보다는 나무를 타는 데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투마이는 땅에서 잠깐 서 있을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유인원에 가까웠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현재 학계는 사헬란트로푸스를 두고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1. 초기 인류설: 침팬지와 인간이 갈라진 직후 등장한 가장 초기 단계의 인류 조상이다.
  2. 멸종된 유인원설: 인간과 관계없는, 그저 당시에 살았던 다양한 유인원 중 하나일 뿐이다.

4. 700만 년 전, 침팬지와 인간의 갈림길

사헬란트로푸스가 최초의 인류이든 아니든, 이 화석이 가지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습니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는 약 600만 년~8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합니다. 투마이는 바로 그 분기점에 서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인류의 진화를 종종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변해가는 한 줄의 직선’처럼 상상합니다. 하지만 투마이가 보여주는 진실은 다릅니다. 진화는 거대한 나무와 같아서, 수많은 가지가 뻗어나가고 끊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사헬란트로푸스 역시 그 무수한 가지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가 우리의 직계 조상인지, 아니면 사촌 뻘인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700만 년 전 척박한 환경 속에서,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서서 더 멀리 보려 했던 그 ‘시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요약 및 결론

  • 발견: 2001년 차드, 7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됨.
  • 특징: 침팬지 수준의 뇌 용량을 가졌으나, 대후두공의 위치와 작은 송곳니는 인류의 특징을 보임.
  • 의의: 인류와 침팬지의 분기점에 위치하며, 직립보행의 기원을 밝혀줄 중요한 열쇠임.
  • 결론: 아직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최초의 인류 후보 중 하나임.

다음 시간에는 사헬란트로푸스 이후, 조금 더 확실한 인류의 특징을 보여주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그 유명한 화석 ‘루시(Lucy)’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직립보행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놀라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더 읽어보기]

본문의 내용은 최신 고인류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1.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 Sahelanthropus tchadensis Species Profile
    •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공식 종 설명으로, 화석의 3D 모델과 상세한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2. Nature (2002) – Sahelanthropus tchadensis: A new hominid from the Miocene of Chad
    • 미셸 브뤼네 팀이 투마이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의 원문 논문입니다.
  3. Nature (2022) – Postcranial evidence of late Miocene hominin bipedalism in Chad
    • 2022년에 발표된 대퇴골 분석 논문으로, 이족보행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최신 연구입니다.

[다음 포스팅 ] 2.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루시 – 직립보행이 뇌 발달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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