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플라잉 디스마운트’, 프랭키 데토리가 남긴 유산 (The Last Flying Dismount: Frankie Dettori’s Enduring Legacy)
40년의 신화가 마침내 막을 내리다
영국 스포츠계의 한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40년에 걸쳐 세계 경마계를 호령했던 살아있는 전설, 프랭키 데토리(Frankie Dettori)가 2026년 2월 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가베아 경마장을 끝으로 채찍을 내려놓았다. 그의 마지막 질주와 함께, 영국인들은 단순한 기수 한 명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경마라는 스포츠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한 명의 위대한 쇼맨이자 아이콘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그의 은퇴는 영국 전역에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한 시대의 종언이라는 묵직한 감상을 남기고 있다.
프랭키 데토리의 은퇴는 기록의 종말이 아닌, 신화의 완성이다. 그는 경마를 단순한 스포츠에서 한 편의 드라마로, 기수를 트랙 위의 슈퍼스타로 만든 선구자였다.
은퇴와 번복, 길고 화려했던 작별 인사
그의 마지막 여정은 마치 그의 경력처럼 극적이었다.
- 2023년 애스콧: 데토리는 당초 영국 챔피언스 데이에서 은퇴를 선언하며 영국 팬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 결정 번복: 그러나 그는 “내 안의 불꽃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며 은퇴 결정을 번복, 미국 무대로의 도전을 선언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 아메리칸 드림: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후, 2025년 11월 브리더스컵을 끝으로 미국 활동을 마감했다.
- 남미 투어: 이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거치는 짧은 남미 투어에 나섰다.
- 2026년 2월 1일: 브라질에서 열린 그랑프리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플라잉 디스마운트(flying dismount)’ 세리머니를 마지막으로 선보이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 시대의 종언을 바라보는 영국 언론의 시선
이번 은퇴에 대해 가디언, 타임즈 등 영국 주요 언론의 논조는 이례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매체가 그의 업적을 기리며 ‘한 시대의 끝(end of an era)’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비판적인 분석보다는, 그가 영국 스포츠에 가져온 활력과 즐거움을 조명하는 헌사(Tribute)에 가까운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그가 단순히 뛰어난 기수를 넘어, 영국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국민적 영웅’이었음을 방증한다. 한 레딧 유저는 “그가 없는 애스콧은 상상할 수 없다. 그는 경마 그 자체였다”라며 슬픔을 표했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쇼맨
프랭키 데토리의 위대함은 단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가 세운 수많은 기록, 특히 1996년 애스콧에서 하루에 7경주 모두 우승한 ‘장엄한 7승(Magnificent Seven)’은 전설로 남아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록만큼이나 그의 ‘스타성’을 기억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은 거인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재치, 그리고 승리 후 말에서 뛰어내리는 ‘플라잉 디스마운트’ 세리머니로 경마를 딱딱한 스포츠에서 모두가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로 바꿔놓았다. 계급 스포츠(class sport)의 이미지가 강했던 경마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인 일등 공신이 바로 그다.
한국 독자들에게 던지는 시사점
프랭키 데토리의 사례는 한국 스포츠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오직 실력과 성적만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풍토에서 ‘스타성’과 ‘쇼맨십’이 가진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팬들을 열광시키는 그의 능력은 경마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웠고,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가치까지 끌어올렸다. 실력을 기반으로 하되,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한국의 많은 프로 선수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굿바이, 프랭키
이제 그는 경주로를 떠나 ‘Amo Racing’의 앰버서더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비록 더 이상 그의 역동적인 질주를 볼 수는 없겠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드라마와 환희의 순간들은 영국인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프랭키 데토리는 단순한 1등 기수가 아니었다. 그는 트랙 위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연기한 위대한 배우였고, 경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선사한 진정한 엔터테이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