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인간을 ‘도구의 인간(Homo Faber)’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제 손에 들린 스마트폰도, 여러분이 보고 계신 모니터도 모두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문명의 시작점은 어디일까요?
약 260만 년 전, 아프리카의 한 계곡에서 누군가가 돌멩이 두 개를 서로 부딪쳤습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돌조각이 떨어져 나갔고, 그 날카로운 단면이 햇빛에 번뜩였습니다. 바로 인류 최초의 표준화된 도구, ‘올도완 석기(Oldowan tools)‘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단순히 깨진 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류의 뇌 구조를 바꿔놓은 혁명적인 발명품, 초기 구석기 도구의 세계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이름의 유래: 올두바이 협곡의 보물
‘올도완(Oldowan)’이라는 이름은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Olduvai Gorge)에서 따왔습니다. 1930년대,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가 이곳에서 초기 인류의 화석과 함께 다량의 석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석기들은 약 260만 년 전부터 170만 년 전까지, 무려 100만 년 가까이 초기 인류가 사용했습니다. 호모 하빌리스뿐만 아니라, 늦은 시기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초기 호모 에렉투스도 이 기술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기를 고고학에서는 ‘전기 구석기 시대(Lower Paleolithic)‘라고 부릅니다.
2. 그냥 깨진 돌이 아니다? 제작의 비밀
박물관에서 올도완 석기를 처음 본 사람들은 실망하곤 합니다. “이거 그냥 길가에 굴러다니는 깨진 돌 아니야?”
하지만 고고학자의 눈에는 다릅니다. 자연 상태에서 바위가 굴러떨어져 깨진 것과, 의도를 가지고 깨뜨린 구석기 도구는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타격점(Point of percussion)‘과 ‘타격혹(Bulb of percussion)‘입니다.
① 타격의 물리학
올도완 석기를 만들려면 두 가지 돌이 필요합니다.
- 몸돌(Core): 재료가 되는 돌
- 망치돌(Hammerstone): 내리치는 돌
오른손에 망치돌을 쥐고 왼손에 든 몸돌의 정확한 지점을, 적절한 각도(주로 90도 미만)로 강하게 가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돌의 결을 따라 껍질이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떨어져 나갑니다. 이를 ‘패각상(Conchoidal) 깨짐’이라고 합니다.
② 의도와 계획
이 과정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 재료 선정: 냇가에서 잘 깨지면서도 날카로운 날이 서는 현무암, 석영, 흑요석 등을 골라야 합니다.
- 미래 예측: “여기를 치면 저렇게 떨어져 나가겠지?”라는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먼저 해야 합니다.
- 정교한 손놀림: 너무 세게 치면 산산조각이 나고, 너무 약하면 깨지지 않습니다.
즉, 올도완 석기는 인류가 ‘물리적 성질을 이해하고 결과를 예측하여 만든’ 최초의 공학적 산물입니다.
3. 찍개와 격지: 무엇을 어디에 썼나?
올도완 석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 찍개(Chopper): 날을 세운 몸돌. 묵직해서 뼈를 부수거나 나무를 다듬는 데 씁니다.
- 격지(Flake): 떨어져 나온 얇고 날카로운 돌조각. 고기를 자르거나 가죽을 벗기는 ‘칼’의 역할을 합니다.
초기 학자들은 큼직한 ‘찍개‘를 주된 도구로 보았지만, 최근의 미세 흔적 분석(Use-wear analysis) 결과는 다릅니다. 당시 인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것은 오히려 작고 날카로운 ‘격지‘였습니다.
이 날카로운 격지 하나만 있으면 죽은 코끼리의 두꺼운 가죽을 단 몇 분 만에 찢을 수 있습니다. 손톱도 이빨도 약했던 초기 인류에게, 이 구석기 도구는 맹수의 이빨보다 더 강력한 무기이자 식기였습니다.
4. 도구 제작이 뇌를 키웠다? (인지 고고학)
올도완 석기 제작 과정을 현대인의 뇌 스캔(fMRI)으로 관찰한 연구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석기를 만들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언어‘를 담당하는 부위와 상당 부분 겹칩니다.
복잡한 순서를 기억하고 양손을 다르게 움직이는 과정은 고도의 인지 능력을 요구합니다.
- “망치돌을 든 오른손은 힘을 주고, 몸돌을 든 왼손은 각도를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인류의 뇌는 자극받았고, 특히 ‘오른손잡이‘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올도완 석기를 분석해 보면 오른손으로 망치돌을 잡고 쳤을 때 나오는 흔적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는 뇌의 좌반구(언어와 논리 담당)가 발달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단순히 도구를 써서 뇌가 커진 것이 아니라, ‘도구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 자체가 뇌를 훈련시키는 학교였던 셈입니다.
5. 문화의 탄생: 지식의 전수
마지막으로 올도완 석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문화(Culture)‘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침팬지도 나뭇가지로 개미를 낚지만, 그 나뭇가지를 가공해서 자식에게 물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올도완 석기는 다릅니다. 좋은 돌을 고르는 법, 돌을 깨는 각도, 날카로운 격지를 만드는 요령은 어미가 새끼에게, 집단 내에서 집단으로 학습되고 전수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습니다. 100만 년 동안이나 올도완 양식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초기 인류 사이에 이미 ‘교육’과 ‘지식 전수’ 시스템이 존재했음을 시사합니다.
6. 결론: 스마트폰의 조상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돌멩이 하나. 하지만 이것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려 했던 인류 의지의 결정체입니다. 구석기 도구인 올도완 석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고기를 먹지 못했을 것이고, 뇌가 커지지 못했을 것이며, 지금의 문명도 없었을 것입니다.
약 170만 년 전, 이 기술은 한 단계 더 진화하여 대칭의 미학을 갖춘 ‘아슐리안 주먹도끼’로 발전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인류 최초의 불 사용에 대해 알아보고, 그 뒤를 이어 더욱 정교해진 도구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더 읽어보기]
이 포스팅은 고고학적 발굴 성과와 연구 논문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 Britannica – Oldowan industry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정의하는 올도완 석기 산업의 특징과 역사적 분포에 대한 자료입니다.
- Nature Education – Oldowan Toolmaking
- 도구 제작 방식과 그것이 인류 진화에 미친 인지적 영향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입니다.
- Smithsonian – Stone Tools
- 초기 석기부터 후기 석기까지, 도구의 발전 과정을 사진과 함께 타임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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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도구의 기원, 올도완 석기가 바꾼 인류의 운명”에 대한 2개의 생각